“아무 말도 안 해요.” “눈을 마주치지도 않아요.” 이젠 아이랑 말 한 마디 나누는 것도 전쟁 같다고 느껴지시나요?
안녕하세요. 며칠 전 저녁이었어요. 중학교 2학년 아들이 식탁에 앉자마자 휴대폰만 쳐다보더라고요.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조심스레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딴 거 왜 물어봐?”였습니다. 화가 치밀었지만, 그보다 더 마음 아팠던 건… 대화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절망이었어요. 사춘기. 말을 아끼는 시기가 아니라, 사실은 말을 ‘숨기는’ 시기예요.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흔들리는 자존감, 정체되지 않은 감정들이 쌓여서… 부모의 한 마디에도 쉽게 무너져버리는 시기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말이 안 통한다”는 고통 속에서도 부모가 먼저 다가설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반드시 피해야 할 말투에 대해 깊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말 안 듣는 아이’를 탓하기 전에, 혹시 우리도 ‘말이 안 되는 부모’는 아니었는지,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춘기 아이는 왜 말을 안 할까?
"왜 대답 안 해?" "말 좀 해보라니까!" 이런 말, 한 번쯤 해보셨죠? 사춘기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건 '무시'해서가 아니에요.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사춘기엔 감정이 앞서고 논리는 따라오지 않아요. 뇌의 전두엽이 아직 미성숙해서 내 마음을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 자체가 어른처럼 되지 않죠. 게다가 부모가 말 걸 때마다 ‘심문’처럼 느껴진다면? 아이는 더더욱 말을 닫아버립니다.
중요한 건,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말은 없지만 마음은 있다’
는 사실, 꼭 기억해주세요.
부모가 자주 하는 말실수
부모는 아이를 걱정해서 말하죠. 하지만 그 ‘말’이 아이에게는 비난, 비교, 강요처럼 들릴 때가 많아요. 말은 의도가 아니라, ‘전달된 방식’이 전부이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말 | 왜 문제인가? |
---|---|
“넌 맨날 그 모양이야.” |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받는 느낌 |
“○○는 잘만 하던데 넌 왜 이래?” | 비교는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분노를 부름 |
“엄마가 다 맞춰줬잖아. 이제 너도 좀 해봐.” | 희생의 압박감이 아이를 죄책감에 빠뜨림 |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에선 ‘정답’을 말하려 하지 말고, ‘이해’를 보여주세요. 가끔은 조언보다 침묵이, 지적보다 미소가 더 큰 메시지가 되기도 해요.
상황별 대화 예시 모음
실제로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아래 상황별 대화 예시는,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예시들을 모은 거예요. **뉘앙스와 톤이 핵심**입니다.
- 아이가 방문을 쾅 닫을 때 → “화났구나.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아이가 말을 끊고 방에 틀어박혔을 때 → “너무 말하고 싶지 않겠구나. 기다릴게.”
- 아이가 짜증을 낼 때 → “지금은 네 기분이 더 중요해. 같이 좀만 진정해보자.”
말은 도구예요.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고, 닫아버릴 수도 있죠. 그 열쇠를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말투’보다 ‘태도’에 달려 있어요.
말 없이도 통하는 방법
사춘기에는 말보다 '기운'이 먼저 전해집니다. 같은 말도 말투, 눈빛, 손동작 하나에 따라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전혀 달라요. 그래서 대화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분위기를 풍기고 있느냐예요.
- 아이 옆에 그냥 조용히 앉아 있기 –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해요.
- 스마트폰에 눈 고정하지 않기 – 아이가 무언가 말하려는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어요.
- 가끔은 그냥 손등에 톡 – 말보다 감각적인 ‘존재감’이 위로가 될 때도 있어요.
아이들은 말보다 눈빛을, 질문보다 표정을 먼저 읽어요. 그리고 그것이 진심이면, 언젠가는 먼저 말을 걸어올 거예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조용한 ‘신호’들을 계속 보내주세요.
듣는 부모가 되기 위한 연습
사춘기 아이는 ‘대화하고 싶은 사람’보다 ‘들어줄 사람’을 원해요. 하지만 우리는 종종 듣지 않고, ‘가르치고’ 있죠. 듣는다는 건, 침묵하고 기다리는 기술이에요.
- 아이의 말을 끊지 않기 (맞장구만 해도 충분해요)
- ‘왜?’보다는 ‘어땠어?’라는 질문을 쓰기
- 아이가 “몰라”라고 답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기 (그건 ‘모른다’가 아니라 ‘아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듣는 부모는 아이에게 ‘안전한 공간’이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 기다려주는 사람. 그런 부모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혼자 무너지지 않게 돼요.
끊어진 대화, 다시 이어가는 법
이미 사이가 멀어졌다고 느끼시나요? 그래도 괜찮아요. 대화는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어요.
- 오늘 학교에서 제일 웃겼던 일은 뭐였어?
- 엄마/아빠도 오늘 좀 힘들었어. 넌 어땠어?
- 나 네 얘기, 진짜 듣고 싶어.
아이 마음의 문은 ‘사랑해’보단 ‘궁금해’라는 말에 더 쉽게 열립니다. 끊어진 대화도, 하나의 질문, 하나의 미소, 하나의 기다림으로 다시 연결될 수 있어요.
감정적인 반응보다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구나. 잠깐만 있다 얘기하자”라고 반응해보세요. 아이는 자기를 존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공감은 훈육을 방해하지 않아요. 공감을 통해 마음을 연 뒤, 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메시지를 건네면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 한숨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많이 답답하구나”라고 감정을 짚어주는 말 한마디가, 대화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어요.
가끔은 거리가 필요하지만, ‘무관심’이 아니라 ‘존중’이어야 해요. 아이가 다가올 때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거리’가 중요합니다.
늦지 않았어요. 진심은 언젠가 닿아요. 어색해도 “다시 이야기하고 싶어”라고 먼저 말해보세요. 어른이 먼저 용기내는 모습, 아이는 기억해요.
억지로 끌어내려 하지 마세요. 그저 “괜찮아, 네가 준비되면 말해줘”라는 말만으로도 아이는 ‘내 감정이 존중받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일은 마치, 거울 없는 방 안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죠. 하지만 기억하세요. 진짜 대화는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진심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 진심은 언젠가 아이 마음에 닿을 거예요.
혹시 오늘도 대화가 어긋났더라도 괜찮아요.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아이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엄마, 아빠는 내 편이야”라고 확신할 그 한 순간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입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닙니다.
'육아 > 사춘기 소년소녀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너무 부족한 엄마인가요?’: 부모의 죄책감과 감정관리 (0) | 2025.04.19 |
---|---|
같은 고민, 다른 이야기: 실제 부모 상담 사례 3가지 (0) | 2025.04.18 |
사춘기 아이와의 신뢰 회복, 늦지 않았습니다 (0) | 2025.04.18 |
“너나 잘해!” 아이가 공격적으로 변하는 진짜 이유 (0) | 2025.04.18 |
사춘기란 무엇인가: 감정의 폭풍 속, 아이는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0) | 2025.04.17 |